공간에 대한 물활론(hylozoism)적 시각을 통한 새로운 소통의 모색
김민정은 주로 벽을 대상으로 작업한다. 벽이라는 건축구조는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인 집을 지을 때부터 생겨났다. 선사시대의 인류는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동물들이 이동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기에 집을 지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을 것이다. 해가 지면 그들이 몸을 의탁하는 곳은 동굴 또는 큰 나무나 바위 밑과 같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공간이었을 것이고 그 곳에서는 안과 밖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농경사회에서 정착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이 세운 집의 벽은 천정과 함께 내부와 외부 공간을 구분해준다. 그럼으로써 벽은 맹수의 위협과 거친 자연 환경에서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보호해줄 수 있었다.
벽은 차단이다. 따라서 우리는 상대방과의 대화와 소통의 단절이 있을 때에도 마음의 벽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벽은 차단과 단절이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마음의 위안과 생명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주체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은 종교인들의 거룩한 성소로서, 인간은 그곳에서 기도하고 참회하고 소원하며 위로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의 거실 벽에 소중한 가족과 소중한 순간을 담은 사진이나 그림을 걸어 놓는다. 이러한 벽은 단순한 건축 구조가 아니라 생명과 정신이 깃든 초월적 존재의 암시이자 인간과의 정신적 소통이 가능하도록 의인화된 오브제가 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전쟁터에서 폭격을 받아 다 허물어져 간 집터에 남은 한 조각의 벽은 적들의 총탄으로부터 병사의 생명을 보호해주는 훌륭한 은폐물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벽은 정신적 위안을 구하고 생명을 보호받는 곳이기도 하고 또 다른 면에서는 인간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곳이기도 하다. 폼페이 도시가 발굴되었을 때 많은 프레스코 벽화가 발견되었다. 거기에는 답답한 벽의 저 너머를 상상하는 착시적인 풍경이 그려지기도 하였다. 르네상스의 대가들도 벽을 마주하고 자신들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미술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을 구상하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밀라노의 수도원 식당 벽에 최후의 만찬 장면을 남겼고, 미켈란젤로는 바티칸의 시스티나 예배당 벽에 최후의 심판을 남겼다.
김민정도 벽을 마주보고 상상력을 발휘한다. 김민정은 벽에 안료를 직접 적용하는 형태로 작업하지 않고 영상 이미지를 벽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한다. 김민정이 벽을 자신의 작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장소 특정적(site-specific)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보일 공간을 관찰하고 그곳을 대상으로 영상을 구성, 제작하여 완성된 영상을 다시 그 곳에 투사한다. 따라서 김민정이 관람객에게 제시하는 영상 속의 공간은 가상의 공간이면서도 관람객 자신이 그 영상을 바라보는 현실의 공간을 바탕으로 창조된 공간이며 관람자는 전시장 안에서 이 두 가지 공간을 동시에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김민정의 영상은 숨을 쉰다. 숨 쉬는 벽과 문을 대형 영상으로 표현한 작가의 초기작품은 생명이 없는 사물과 공간에 생명을 주입하는 작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의 말처럼 딱하고 차가운 공간이나 물체에 부드러운 움직임을 불어넣어 생명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에 김민정의 영상 작업의 특징이 있다. 작가는 공간의 이미지 자체를 변형하여 부드러움과 생명을 불어넣기도 하고 그러한 변형에 초현실주의적인 오브제의 도입과 시간성을 통해 그러한 오브제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제시함으로써 관람자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상상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기도 한다.
김민정이 벽과 전시장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은 물활론(物活論, hylozoism)적이다. 고대부터 물질의 정신성과 생명에 관심을 갖았던 많은 사람들은 모든 실재를 물질로 환원하고 모든 심리작용을 운동으로 환원함으로써 물질을 살아 있는 것으로 보았다. 조소를 전공한 김민정에게 딱딱하거나 부드럽다거나 하는 촉감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관심을 끌게 되는 것이다. 딱딱하고 차가우며 무표정한 벽에 자신의 상상과 꿈을 얹고 그것들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작업이 도출되는 작가의 작업 프로세스는 김민정의 학습 배경을 이해한다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작가 김민정이 폐쇄공포증(claustrophobia)을 체험한 적은 없는지 궁금하다. 엘리베이터나 창문이 없는 지하실과 같은 공간에서 순간적으로 갑갑하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증세처럼 김민정이 마주하는 전시장의 빈 벽은 생명과 자유를 바라는 사람을 심리적으로 압도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압박을 느낀 사람이라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탈출하거나 부정하고 싶어 할 것이고, 상상력을 통해 벽의 저편을 상상하고 공간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라 벽 자체를 살아 숨 쉬는 생명을 가진 존재로 만듦으로써 관람자의 공간을 환상적 일루전이면서 동시에 현실에 뿌리를 둔 공간으로서 기능하는 시각적 낭만성을 부여하게 된다.
김민정은 이러한 영상작품 이외에도 초현실적인 오브제를 제작하거나 우리 일상 생활공간에서 발견되는 싱크대와 같은 기물에 물이 회오리치며 빠져나가는 영상을 무용가의 안무와 결합하는 영상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불가해하게 뒤섞인 환상과 현실의 이중적인 이미지가 관람자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도록 만들고 있다.
이처럼 김민정은 대형 영상과 오브제, 그리고 TV 모니터를 이용한 영상을 통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고전적 조형원리로 해석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작가의 확장된 시각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이러한 작품을 매개로 관람객과의 새로운 소통을 모색하는 채널을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하계훈(미술평론가/단국대교수)
Study On New Communication with Space in light of Hylozoism
Min-jeong Kim Artist tends to carry out her art works mainly targeting 'wall'. As an architectural structure material, wall appeared after human beings began to build their houses to settle in. Every human being in the pre-history age might not become aware that he or she needs to build their houses to settle in, since they had to move after and hunt animals. When the sun sets in, those people would find their shelters in natural spaces, such as cages or a big trees or rocks. But, such spaces might not draw a clear line between 'inner' and 'exterior'.
As human beings began to have their settlement life in the primitive society, walls and of house built by those people played a role to distinguish interior from exterior space, just as ceiling did. This is not exception, today. By doing so, 'wall' can protect human beings' body and mind from the threat of violent beasts and wild natural environment.
Wall is the symbol of isolation. When we find the severance of communications with other people, we come to feel there is wall between each other. On the one hand, wall plays a role as isolation and severance. On the other hand, this can contribute significantly to guaranteeing psychological comfort and safe life. As we already knew, the 'Wailing Wall' of Jerusalem, well-known as the holy sanctum for religious people, allows people to pray for wish and repent their own wrongdoing, and, become comforted. Many people hang photos or pictures of their loving families or valuable memories, on the wall of living room in their house space. Here, 'wall' does not mean the mere architectural structure but implies the suggestion of 'super ego' in harmony with life and spirit and, at the same time, this entails 'object' personified to let human beings make psychological communications. That is not all. A wall piece left in a house site ruined under a series of bombs in battle is sublimed as a good shield to protect dying soldiers' life from bullets shot by enemies.
Such as this, 'wall' not only offers human beings psychological comfort and protects their life. Also, 'wall' inspires human beings to have indefinite imagination. Looking back on those days when Pompeii city was excavated, a lot of fresco wall paintings were discovered. In wall paintings, the optical landscape was drawn to envision scenery beyond monotonous wall. Great painters in Renaissance would sit face to face with wall and envision masterpiece works handed down, for ever, in art history. They painted a lot of religious paintings. For example, Leonardo Da Vinchi painted "Last Supper" in the wall of restaurant of Milano Monastery. Michelangelo painted "Last Judgment" in the wall of Vatican Sistina and church chapel.
Min-jeong Kim Artist envisions some pictures sitting face to face with wall. Kim does not directly apply art materials into wall, but penetrates video images into wall.
The way that Min-jeong Kim Artist chooses wall as her own work is site-specific.
The artist observes that space where her own works can be viewed. Subsequently, she envisions and devises the relevant images and then, reflects the completed image into the given space. Thus, the image space that Min-jeong Kim Artist attempts to show viewers pursues the visual and creative site which induces viewers to observe the image. Viewers must experience the two spaces in the exhibition hall.
One of the stark characteristics that the artist' video images have is what these image breathe vividly. Her early works that depict the breathing wall and door as the large images can be considered those to inanimate object and site. As Min-jeong Kim Artist mentions, her image work has a stark characteristic to inspire a cold or dry object or space to move slightly and breathe. Kim Artist strives to transform any space image itself and animate vivid life to such image. And, she tries to introduce superelastic and temporal objects and suggest how such object starts to render, making viewers enjoy pleasure and imagination.
Min-jeong Kim Artist views any wall and exhibition space, in light of hylozoism.
Most people who showed supports and attention of the spirit of object and life, since the ancient age, tried to not only transform every static object into dynamic and moving object, but also view every psychological mechanism from the dynamic perspective. Also, they perceived each object as something alive and active. Subjects such as feelings hard or soft can draw attention from Min-Jeong Kim Artist, who majored in Sculpture. The process of art works to create imagination and envision and make still object breathe alive can be not unusual if we understand the teaching method that Min-jeong Kim Artist establishes.
In this regard, I wonder if Min-jeong Kim Artist has ever experienced claustrophobia.
The empty and isolated wall of exhibition hall that Min-jeong Kim Artist meets face to face can give mental burdens to those who aspire for life and freedom, just as anyone can feel stuffy and has a respiratory problem for a while, in some spaces such as cellars without elevators or windows. And, anyone who feels such pressure might want to escape or refuse such a uncomfortable situation. Moreover, those people would attempt to envision something far beyond wall and expand any given space. In addition, such experiencers would create wall itself as the presence of life and prompt space spheres of viewers to become overwhelmed by romanticism and function as the fantastic illusion and at the same time, as the reality-based space.
Besides such video image works, Min-jeong Kim Artist designs a superelastic object or exhibits images of watershed whirling and waving out of the object, 'kitchen sink' along with images of dancers' dance. The artist designs an art work to make viewers pursue visual pleasure of intricate and mysterious illusion and double reality images.
Such as this, Min-jeong Kim Artist attempts to use a great deal of large video image, object and TV monitor and assume macro- viewpoints of the reality ambiguous to interpret on the basis of classical modeling principles beyond reality and illusion. And, she plans to build channels to make new communications with viewers, with the use of such art work medium.
Gai-hoon Ha(Art Critics/ Professor of Dankook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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